저는 재능은 없고 시간은 남아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재능이나 능력보다는 시간으로 밀어붙이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의지를 갖고 어떤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저도 언젠가 재능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심사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능력자'라고 불릴 정도로 어떤 일에 능숙해진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밀어붙이다 보면 일단 끝은 보기는 하고요.
그렇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해놓은 결과물이나 그들이 걸린 시간에 내 결과물이 비할 바는 못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좌절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좁디 좁은 게임 계열 (창작) 커뮤니티를 돌아다녀 보면 정말 재미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런 능력자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에 반대급부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남의 단점을 말하는 것이 깎아내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 꼭 누구라고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할 말은 마저 끝내야하니 진짜 말고 소설 같은 예시를 들어볼까요?
코딩에 누구보다도 재능이 있고 또 열정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미적 감각은 꽝이라서 자신의 프로그래밍 팁을 올려놓은 블로그 디자인이 정말 엉망진창이죠.
그게 어느 정도냐면, 기본적인 색감부터, 블로그의 배치 구조까지 엉망진창이라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는 것을 방해하는 수준이고요.
또 한켠에는 어마어마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 사람이 이정도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신체 구조에 대해서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놀라운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의 SNS를 잘 들여다보면 아주 고어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일반인의 생각에서 벗어나 있는 묘사가 많아요.
그래서 이 친구가 그리는 콘티는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인지 결국 만화도 그림 실력에 비해서 크게 인기가 없죠.
또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번역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선구안이 나빠서 대작의 번역을 진행하는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인기가 없어서 결국 침몰할 만한 작품이나 해외에서는 인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을 만한 작품만 번역하더라고요.
어느 정도냐면 우리나라의 규모 있는 커뮤니티에서도 언급한 게시물을 찾기 힘들 정도의 작품들만 번역하고 있죠.
그 사람의 블로그를 보면 또 재밌는게,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을 작품을 자기가 플레이 하면서도 번역하는건 우리나라에서 인기꽝인 작품입니다.
하긴, 인기작이면 이미 번역본이 나왔을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긴 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능력자들의 단점을 보고 있으면 재밌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인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과거와는 달리 요즘 히어로물은 히어로들의 단점을 부각하고 있죠?
공감이 필요한 세상인걸까요?
저야 재능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이런 사람들은 재능을 쌓는데 집중하다가 그 재능을 위해서 다른 것을 잃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로 언급한 프로그래머는 엄청난 코딩 실력이 있지만 미적 감각이 보통 사람의 미만으로 심각하고,
두번째로 언급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엄청난 그림 실력이 있지만 상식 수준이 표준 편차에서 벗어나 있죠.
세번째로 언급한 번역가는 엄청난 번역 실력으로 다수 작품을 번역했지만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매우 나쁩니다.
실제로 그 사람을 본건 아니고, 블로그나 SNS, 커뮤니티 활동을 토대로 판단하는거긴 하지만,
사람을 지켜보고 관찰하는 일은 정말 재밌습니다.